주미의 독서33 『죽은 시인의 사회』 독후감|카르페 디엠보다 오래 남은 질문 『죽은 시인의 사회』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아마 ‘카르페 디엠(Carpe Diem)’일 것이다. 오늘을 붙잡으라는 이 문장은 워낙 유명해서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이다. 나 역시 이 작품을 읽기 전에는 자유롭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키팅 선생님과 학생들의 성장 이야기가 중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고 나니 내게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자유’라는 단어만은 아니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의 입장에서 읽어서인지 오히려 ‘교육은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 ‘교사는 아이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어도 되는가’, ‘아이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더 크게 남았다.특히 닐의 죽음을 지나면서부터는 키팅의 수업을 마냥 멋진 교육이라고만 바라볼 수 없었.. 2026. 9. 28. 『구르브 연락 없다』 줄거리와 해석|웃기지만 이상하게 따뜻한 외계인 풍자소설👽 에두아르도 멘도사의 『구르브 연락 없다』는 처음 몇 장만 읽어도 분위기가 확실한 소설이다. 외계인이 지구에 도착하고, 함께 온 구르브가 사라진다. 남겨진 화자는 연락이 끊긴 구르브를 찾기 위해 바르셀로나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설정만 보면 우주와 외계인이 등장하는 SF소설처럼 보인다. 하지만 막상 읽어 보면 우주선이나 과학기술보다 훨씬 많이 등장하는 것은 식당, 술집, 자동차, 교통 체증, 이웃, 돈, 직장, 예절 같은 아주 현실적인 것들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외계인의 모험담이라기보다 외계인의 눈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풍자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구르브는 어디로 간 걸까?’ 하는 궁금증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을수록 구르브를 찾는 일보다 .. 2026. 9. 22.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후기|민주가 소망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을 읽기 전에는 제목에서 먼저 사랑을 떠올렸다. 가질 수 없는 사람을 원하는 이야기이거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룬 소설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예상은 완전히 달라졌다.주인공 강민주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남성을 향한 불신이 강하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행동으로 옮긴다. 처음에는 민주가 왜 이렇게까지 남성을 미워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그러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민주가 가진 감정도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린 시절의 경험과 이후 만나게 된 수많은 여성의 이야기가 민주 안에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모습을 만든다. 그리고 민주 주변에는 두 남자가 있다.남기와 백승하.나는 이.. 2026. 9. 15. 안면인식장애와 촉감의 기억, 백희성 『기억의 무늬』 줄거리와 결말 포함 리뷰 건축가 출신 작가 백희성의 두 번째 장편소설 『기억의 무늬』를 완독했다. 전작 『빛이 이끄는 곳으로』로 1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그가, 이번에는 '기억'이라는 주제를 감각과 촉감이라는 도구로 풀어낸 작품이다. 읽는 내내 손끝으로 밑줄을 긋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이 소설을 작가 소개, 줄거리, 그리고 나의 감상 순서로 정리해 본다. 📖 건축가에서 소설가로, 백희성백희성은 명지대학교 건축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은 뒤 프랑스 발드센건축학교를 졸업하고, 말라케건축학교에서 건축사 과정을 마친 건축가다. 아시아인 최초로 프랑스의 권위 있는 젊은건축가상인 폴 메이몽 상을 수상했고, '빛의 건축가'로 불리는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의 사무소에서 5년간 디렉터로 활약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2026. 9. 7. 『앵무새 죽이기』 독후감|편견 너머의 사람을 바라보는 법, 하퍼 리가 말하는 진짜 용기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는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고전 중 하나다. 제목과 명성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읽기 전에는 ‘미국 남부의 인종차별을 다룬 소설’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끝까지 읽고 나니 이 책은 인종차별이라는 하나의 주제로만 설명하기 어려웠다.편견과 정의, 용기, 성장, 가족,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작품이었다. ▍『앵무새 죽이기』 시대적 배경이 소설의 배경은 1930년대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의 작은 마을 메이콤이다. 당시는 미국이 대공황을 겪던 시기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많았고, 특히 남부 지역에서는 흑인과 백인을 분리하는 인종차별이 사회 전반에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법적으로는 자유로운 시민이라 하더라도 현실에서는.. 2026. 8. 31. 주제 사라마구_『눈먼 자들의 도시』 리뷰|우리는 정말 제대로 보고 살아가고 있을까?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처음 읽었을 때는 아주 오래전이었다. 그때의 나는 이 소설을 그저 기묘하고 무서운 재난소설 정도로 읽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갑자기 눈이 멀고, 도시 전체가 혼란에 빠진다는 설정 자체가 강렬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이 책을 꺼내 들었다. 줄거리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전혀 다른 책처럼 느껴졌다. 예전에는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가 궁금했다면, 이번에는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사람은 어디까지 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우리는 지금 정말 눈을 뜨고 살아가고 있는 걸까? 📖 갑자기 시작된 ‘백색 실명’ 『눈먼 자들의 .. 2026. 8. 26. 이전 1 2 3 4 ···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