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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의 독서

모두가 알면서도 쉬쉬했던 수녀원의 비밀 《이토록 사소한 것들》_클레이 키건, 줄거리 및 독후감

by 책읽는국어쌤🤗 2026. 8. 16.

이처럼 사소한 것들 독후감 클레이 키건 소설

 

2022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클레어 키건의 소설 《이토록 사소한 것들》은

1985년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작품의 바탕에는 가톨릭교회가 운영했던

‘막달레나 세탁소’의 어두운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

시 미혼모를 비롯해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났다고 여겨진 여성들이

시설에 수용되어 노동과 억압을 겪었고, 그 현실은 오랫동안 사회의 침묵 속에 가려져 있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제목처럼 일상의 작고 소중한 것들을 이야기하는 따뜻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초반부는 그렇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사소한 것들’이라는 제목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클레이 키건 작가 소개 이토록 사소한 것들

 

❙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펄롱의 가족

빌 펄롱은 석탄과 장작을 배달하며 아내 아일린과 다섯 딸을 부양한다.

부유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하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소설의 배경인 1985년 아일랜드의 경제 상황은 좋지 않다. 일자리를 잃고 수당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있고,

살길을 찾아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펄롱 역시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추운 겨울에도 쉴 틈 없이 일한다.

그런 가운데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펄롱의 집에서는 케이크를 만들고, 딸들은 산타에게 받을 선물을 기대한다.

풍족하지는 않아도 가족이 함께하는 따뜻한 일상이다. 그래서 이후 수녀원에서 만나는 여자아이들의 모습은

더욱 선명하게 대비된다.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기다리지만 누군가는 같은 마을 안에서 존재조차 드러내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펄롱은 석탄을 배달하기 위해 수녀원을 드나들면서 그곳의 이상한 분위기를 느낀다. 그

리고 그곳에서 생활하는 어린 여성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읽으면서 수녀원 자체만큼 무섭게 느껴진 것이 있었다.

바로 마을 사람들의 침묵이었다.

사람들은 수녀원에서 벌어지는 일을 완전히 모르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묻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지도 않는다.

처음에는 그런 모습이 답답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데 어떻게 아무도 나서지 않을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수녀원은 마을에서 단순한 종교시설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다.

펄롱의 딸들이 다니는 학교와도 관련되어 있고 사람들의 일상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렇다면 침묵했던 사람들은 모두 나쁜 사람들이었을까?

생각할수록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 자신의 행동으로 직장이나 자녀, 가족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면

누구나 망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거대한 부조리가 유지되는 데 필요한 것은 적극적으로 악을 행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평온을 지키기 위해 침묵하는 평범한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 펄롱의 용기보다 딸들이 먼저 걱정됐다

펄롱은 수녀원에서 추위에 떨고 있던 여자아이를 발견한다. 그리고 결국 그 아이를 데리고 나온다.

이 장면에서 나는 펄롱의 선의와 용기에 감탄하기보다 먼저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펄롱의 딸들은 괜찮을까?’

 

펄롱에게는 지켜야 할 다섯 딸이 있다. 수녀원은 이미 마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 곳의 뜻을 거슬렀을 때 그 결과가 펄롱에게만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다.

 

아내와 딸들이 불편한 일을 겪을 수도 있고,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한 아이를 구하는 옳은 행동 때문에 내 아이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면 나는 과연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 앞에서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이라면 용기를 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선의의 대가를 사랑하는 가족까지 치러야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래서 펄롱의 행동을 단순히 ‘착한 사람의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 펄롱 역시 누군가의 사소한 선택으로 살아남았다

그러다 펄롱의 어린 시절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펄롱 역시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났다. 당시 사회의 시선 속에서 그의 어머니 역시

수녀원의 여성들과 비슷한 처지에 놓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미시즈 윌슨은 펄롱의 어머니를 내쫓지 않았다. 머물 곳을 내주었고 어린 펄롱 역시 보호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

그때 누군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펄롱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마지막에 여자아이의 손을 잡은 펄롱의 행동은 갑자기 만들어진 선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받았던 선의를 다시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행동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제목 《이토록 사소한 것들》의 의미가 가장 크게 다가왔다.

한 사람을 받아주는 것, 외면하지 않는 것, 손을 잡아주는 것.

하는 사람에게는 작은 행동일 수 있지만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는 인생 전체를 바꾸는 일이 될 수도 있다.

 

❙ 옳은 선택은 언제나 편안한 선택일까

책을 덮고도 나는 쉽게 “나도 펄롱처럼 행동했을 것이다”라고 말하지 못했다.

오히려 내가 펄롱이었다면 가족을 핑계로 모른 척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토록 사소한 것들》은 선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선의를 실천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불편한 선택인지 보여주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옳은 선택이 항상 편안하고 안전한 선택은 아니다.

모두가 침묵할 때 한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겉으로 보면 아주 사소한 행동이다.

하지만 그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서는 자신의 평온함을 포기할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펄롱과 같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아직 그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하겠다.

어쩌면 그래서 이 짧은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클레이 키건 이토록 사소한 것들 소설 감상 줄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