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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의 독서

[책 리뷰] 《자몽살구클럽》 한로로|우리가 타인의 슬픔을 쉽게 말하면 안 되는 이유

by 책읽는국어쌤🤗 2026. 8. 19.

한로로의 자몽살구클럽 표지 책리뷰 줄거리 해석

 

한로로의 《자몽살구클럽》은 싱어송라이터 한로로가 쓴 첫 소설이다.

동명의 앨범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이지만, 나는 음악보다는 소설 자체의 이야기에 집중해 읽었다.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는 조금 독특한 청소년 성장소설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예상보다 훨씬 무거운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는 소하, 태수, 유민, 보현이라는 네 명의 아이가 등장한다.

각자 다른 이유로 삶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던 아이들은 ‘자몽살구클럽’이라는 비밀 모임에서 만난다.

이들에게는 한 가지 규칙이 있다.

죽음을 선택하기 전에 20일의 시간을 두는 것이다.

그 20일 동안 아이들은 서로를 지켜보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살아갈 이유를 찾아보려 한다.

 

얼핏 보면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다시 삶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나는 이 아이들이 가진 고통의 크기와 방향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에 더 눈길이 갔다.

 

서로를 살리고 싶었던 네 아이

자몽살구클럽의 아이들은 서로 비슷해 보였다. 모두 힘들었고, 삶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모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네 아이가 짊어진 삶의 무게는 같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꿈이 있었고,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붙잡아 주는 관계가 있었다.

반면 아무리 주변에서 손을 내밀어도 당장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벗어날 방법조차 찾지 못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의지가 강하면 살아남고, 약하면 무너진다’고 단순하게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마다 버틸 수 있는 무게가 다르고, 같은 고통이라도 누군가에게는 견딜 수 있는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 전체를 무너뜨릴 만큼 크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서로 도움이 되기 위해 만났고, 분명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유대감만으로 상대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었다.

 

이 부분이 이 소설을 더욱 슬프게 만들었다.

 

한로로 자몽살구클럽 줄거리 해석 감상문

 

소하의 엄마를 보며 생각한 어른의 비겁함

네 아이 중 가장 오래 마음에 남았던 인물은 소하였다.

특히 소하가 엄마의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이 기억에 남았다. 엄마는 소하의 삶에서 사라졌지만,

이상하게도 소하가 살아가는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나도 엄마가 미안해서 소하를 찾아오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다 보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소하를 걱정해서 주변을 맴돈 것이 아니라,

혹시 소하가 자신을 찾아와 새롭게 만든 삶을 흔들지는 않을까 두려워했던 것은 아닐까.

내게는 그것이 관심보다는 감시와 경계처럼 느껴졌다.

 

물론 이것은 내가 책을 읽으며 느낀 개인적인 해석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소하의 마음이 더욱 아프게 다가왔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평범한 일상의 공간이 소하에게는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장소가 될 수도 있었다.

엄마에게 느꼈을 감정 역시 단순한 그리움이나 슬픔만은 아니었을 것 같다.

 

자신을 책임지지는 않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두려워하는 어른을 향한 분노도 함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타인의 삶의 무게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것

《자몽살구클럽》을 읽으며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결국 ‘삶의 무게’였다.

사람들은 힘든 일을 겪은 사람에게 쉽게 말한다.

 

❙ “조금만 더 참아.”

❙ “다른 사람도 다 힘들어.”

❙ “마음먹기에 달린 거야.”

 

하지만 이 책 속 아이들을 보면서 그런 말을 쉽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얼마나 오랫동안 버텨왔는지 알지 못한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희망이 몇 번이나 무너졌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그 사람이 앞으로는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나는 사람이 다시 살아갈 용기를 내기 위해서는 결국 언젠가는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희망이 남아 있느냐, 완전히 사라졌느냐에 따라 같은 고통도 전혀 다른 무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소 극적이지만 오래 생각하게 만든 소설

솔직히 읽으면서 몇몇 장면은 조금 작위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연이 겹치거나 극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에서는 ‘조금 억지스럽지 않나?’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은 분명했다.

 

무엇보다 네 아이의 선택을 단순히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기보다,

왜 이 아이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를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좋았다.

 

책을 덮은 뒤 따뜻한 위로나 감동이 남았다기보다는 아주 슬픈 소설 한 편을 읽었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그래도 한 가지 생각은 오래 남았다.

 

타인이 가진 삶의 무게를 쉽게 생각하거나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구해줄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그 유대감조차 닿지 않는 깊은 고독의 영역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타인의 고통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 것.

나는 그것이 우리가 서로를 대할 때 가져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자몽살구클럽》은 다소 극적인 설정에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었지만,

네 아이가 짊어진 서로 다른 삶의 무게와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한로로 자몽살구클럽 완독 독후감 줄거리 해석 감상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