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책으로 생각을 키우는 독서와 글쓰기
주미의 독서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후기|민주가 소망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by 책읽는국어쌤🤗 2026. 9. 15.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을 읽기 전에는 제목에서 먼저 사랑을 떠올렸다. 가질 수 없는 사람을 원하는 이야기이거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룬 소설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예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주인공 강민주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남성을 향한 불신이 강하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행동으로 옮긴다. 처음에는 민주가 왜 이렇게까지 남성을 미워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민주가 가진 감정도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린 시절의 경험과 이후 만나게 된 수많은 여성의 이야기가 민주 안에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모습을 만든다.
그리고 민주 주변에는 두 남자가 있다.
남기와 백승하.
나는 이 두 인물이 민주에게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점이 이 소설에서 특히 흥미로웠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줄거리

강민주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하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성장한다. 그런 기억은 민주에게 남성에 대한 깊은 불신을 남긴다.
성인이 된 민주 역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상담을 통해 여러 여성의 사연을 접하면서 자신이 가진 생각은 오히려 더욱 단단해진다.
그러던 민주가 유명 배우 백승하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승하는 부드럽고 다정한 이미지의 남자다. 민주는 그런 승하를 자신의 계획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그 계획을 함께 실행하는 사람이 남기다.
남기는 민주를 가까이에서 돕고 그녀가 원하는 일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한다. 그렇게 민주, 남기, 승하 세 사람의 관계가 시작된다.
하지만 모든 일을 계획한 민주조차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의 감정이다.
이후 이야기는 민주가 굳게 믿어 왔던 생각과 실제 사람 사이에서 흔들리는 과정을 따라간다. 결말을 알고 읽기보다는 민주와 남기, 승하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직접 따라가는 편이 훨씬 재미있는 작품이다.



민주가 남기를 필요로 했던 이유


처음에는 남기를 단순히 민주를 돕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을수록 남기의 존재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민주는 강한 사람처럼 보인다.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결정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로 민주가 원하는 일을 실행하는 과정에는 남기가 있다.
남기는 민주가 세운 계획을 현실로 옮길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나는 남기를 민주의 욕망을 행동으로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민주는 남성을 믿지 않는다.
그런 민주가 정작 자신의 가장 위험한 계획을 실행하면서 남기의 도움을 받는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것만으로도 민주라는 인물이 가진 모순이 드러난다.
남자를 믿지 않으면서도 남기의 힘을 빌리고, 남자의 지배를 거부하면서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남기와 함께한다.
그렇다고 민주가 남기에게 단순히 의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두 사람 사이에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묘한 관계가 존재한다.
그래서 읽는 동안 남기가 민주에게 어떤 사람인지 계속 생각하게 됐다.



남기와 승하는 민주에게 전혀 다른 사람이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며 남기와 승하를 자꾸 비교하게 됐다.
두 사람 모두 민주 곁에 있지만 민주에게 주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남기를 통해 민주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긴다.
반면 승하를 통해서는 자신도 몰랐던 감정을 경험한다.
이 차이가 중요하게 느껴졌다.
남기와 있을 때 민주에게는 목적이 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고, 자신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승하와의 관계에서는 다르다.
민주의 계획 안에 없었던 감정이 생기기 시작한다.
자신이 그동안 부정해 온 다정함을 만나고, 사람을 바라보는 자신의 기준 역시 조금씩 흔들린다.
그래서 내게 남기는 민주의 의지와 행동을 보여 주는 인물, 승하는 민주의 감정과 흔들림을 보여 주는 인물처럼 느껴졌다.
두 사람 가운데 어느 한 인물을 빼고 민주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기의 감정은 왜 더 복잡하게 느껴졌을까


남기를 보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그의 감정이었다.
남기는 민주를 위해 여러 일을 한다.
그 행동만 보면 민주를 깊이 아끼거나 사랑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을 단순히 사랑이라고만 부르기에는 어딘가 불편하고 복잡하다.
남기는 민주에게 필요한 사람이고, 민주 역시 남기에게 특별한 존재다.
그러나 서로 원하는 것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민주는 자신의 목표를 향해 가고 있고 남기는 그런 민주 곁에 머문다.
그러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충성심인지 사랑인지, 집착인지 동료애인지 쉽게 이름 붙이기 어려운 감정이 생긴다.
나는 오히려 이 애매함이 남기라는 인물을 더 흥미롭게 만든다고 느꼈다.
승하와 민주 사이의 감정보다 남기와 민주 사이의 감정이 더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도 있었다.



민주라는 인물은 왜 이렇게 외로워 보였을까


책을 읽으면서 민주에게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외로움’이었다.
겉으로는 누구보다 강하다.
자신의 생각이 분명하고 다른 사람에게 끌려가는 것도 싫어한다.
하지만 그런 모습 뒤에는 누구도 쉽게 믿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의 다정함조차 의심하고, 좋은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민주가 강하면 강할수록 오히려 더 외롭게 느껴졌다.
사람을 믿지 않으면 상처받을 가능성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 위로받을 가능성도 줄어든다.
민주는 아마 그 두 가지 사이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백승하는 민주에게 무엇을 보여 주었을까


백승하는 민주가 알고 있던 남성의 모습과 조금 다르다.
민주는 자신이 경험한 남성들의 모습과 상담을 통해 들은 여성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런데 승하는 민주가 예상한 방식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이것이 민주를 흔들리게 한다.
나는 민주가 승하를 통해 단순히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가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험한 것에 가깝다고 느꼈다.
그것은 민주에게 상당히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오랫동안 자신을 지켜 온 믿음이 흔들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제목의 ‘금지된 것’은 무엇일까


책을 다 읽고 나면 제목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민주에게 금지된 것은 무엇이었을까.
처음에는 힘이나 자유, 혹은 남성에게서 빼앗아 오고 싶은 무언가를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은 뒤에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민주에게 금지된 것은 어쩌면 믿는 마음이었을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일.
상대의 다정함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일.
자신도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
그리고 자신이 그토록 불신했던 존재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일.
민주에게는 이런 감정들이 오히려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제목의 ‘금지’는 사회가 정한 금지라기보다는 민주가 스스로에게 만들어 둔 금지처럼 느껴졌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세 사람의 관계였다


처음에는 이 작품을 민주와 승하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니 남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남기가 있었기 때문에 민주가 생각에만 머물지 않고 행동할 수 있었다.
승하가 있었기 때문에 민주가 자신의 감정을 다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남기와 승하 사이에서 민주 역시 조금씩 다른 얼굴을 보여 준다.
남기와 있을 때의 민주와 승하와 있을 때의 민주가 같지 않다.
그래서 세 사람의 관계를 따라가다 보면 민주라는 인물이 한 가지 모습만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강하지만 약하고, 냉정하지만 감정적이며, 누구도 믿지 않지만 결국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을 읽고


나는 민주에게 완전히 공감하지 못했다.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모든 행동까지 이해되지는 않았다.
특히 마지막으로 갈수록 민주와 남기, 승하가 보여 주는 감정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것이 조금 답답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실제 사람의 감정도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한 사람을 미워하면서 그 사람에게 위로받을 수 있고, 믿지 않으면서도 기대할 수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동시에 밀어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민주와 남기, 승하는 모두 모순된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민주가 옳았는지 틀렸는지를 판단하기보다 한 사람이 가진 상처와 불신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변하는가를 더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기와 승하라는 두 인물이 민주에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준다는 점이 오래 남았다.
남기를 통해 민주가 자신의 의지를 현실로 만들었다면, 승하를 통해서는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감정을 만났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이 단순히 한 여성이 남성에게 맞서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오랫동안 믿어 온 생각과 자신도 몰랐던 감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한 사람의 이야기로 읽혔다.
책을 다 읽고도 여전히 민주를 모두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남기의 마음도, 승하의 마음도 완전히 이해했다고 자신할 수 없다.
그런데 바로 그 점 때문에 세 사람을 계속 생각하게 된다.
민주가 소망했던 것은 정말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 소망을 이루는 과정에서 민주에게 가장 필요했던 사람은 남기였을까, 아니면 민주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감정을 보여 준 승하였을까.
아마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다는 점이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이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