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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으로 생각을 키우는 독서와 글쓰기

요즘읽을만한소설6

『죽은 시인의 사회』 독후감|카르페 디엠보다 오래 남은 질문 『죽은 시인의 사회』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아마 ‘카르페 디엠(Carpe Diem)’일 것이다. 오늘을 붙잡으라는 이 문장은 워낙 유명해서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이다. 나 역시 이 작품을 읽기 전에는 자유롭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키팅 선생님과 학생들의 성장 이야기가 중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고 나니 내게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자유’라는 단어만은 아니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의 입장에서 읽어서인지 오히려 ‘교육은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 ‘교사는 아이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어도 되는가’, ‘아이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더 크게 남았다.특히 닐의 죽음을 지나면서부터는 키팅의 수업을 마냥 멋진 교육이라고만 바라볼 수 없었.. 2026. 9. 28.
『구르브 연락 없다』 줄거리와 해석|웃기지만 이상하게 따뜻한 외계인 풍자소설👽 에두아르도 멘도사의 『구르브 연락 없다』는 처음 몇 장만 읽어도 분위기가 확실한 소설이다. 외계인이 지구에 도착하고, 함께 온 구르브가 사라진다. 남겨진 화자는 연락이 끊긴 구르브를 찾기 위해 바르셀로나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설정만 보면 우주와 외계인이 등장하는 SF소설처럼 보인다. 하지만 막상 읽어 보면 우주선이나 과학기술보다 훨씬 많이 등장하는 것은 식당, 술집, 자동차, 교통 체증, 이웃, 돈, 직장, 예절 같은 아주 현실적인 것들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외계인의 모험담이라기보다 외계인의 눈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풍자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구르브는 어디로 간 걸까?’ 하는 궁금증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을수록 구르브를 찾는 일보다 .. 2026. 9. 22.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후기|민주가 소망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을 읽기 전에는 제목에서 먼저 사랑을 떠올렸다. 가질 수 없는 사람을 원하는 이야기이거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룬 소설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예상은 완전히 달라졌다.주인공 강민주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남성을 향한 불신이 강하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행동으로 옮긴다. 처음에는 민주가 왜 이렇게까지 남성을 미워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그러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민주가 가진 감정도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린 시절의 경험과 이후 만나게 된 수많은 여성의 이야기가 민주 안에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모습을 만든다. 그리고 민주 주변에는 두 남자가 있다.남기와 백승하.나는 이.. 2026. 9. 15.
주제 사라마구_『눈먼 자들의 도시』 리뷰|우리는 정말 제대로 보고 살아가고 있을까?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처음 읽었을 때는 아주 오래전이었다. 그때의 나는 이 소설을 그저 기묘하고 무서운 재난소설 정도로 읽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갑자기 눈이 멀고, 도시 전체가 혼란에 빠진다는 설정 자체가 강렬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이 책을 꺼내 들었다. 줄거리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전혀 다른 책처럼 느껴졌다. 예전에는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가 궁금했다면, 이번에는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사람은 어디까지 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우리는 지금 정말 눈을 뜨고 살아가고 있는 걸까? 📖 갑자기 시작된 ‘백색 실명’ 『눈먼 자들의 .. 2026. 8. 26.
[책 리뷰] 《자몽살구클럽》 한로로|우리가 타인의 슬픔을 쉽게 말하면 안 되는 이유 한로로의 《자몽살구클럽》은 싱어송라이터 한로로가 쓴 첫 소설이다. 동명의 앨범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이지만, 나는 음악보다는 소설 자체의 이야기에 집중해 읽었다.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는 조금 독특한 청소년 성장소설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예상보다 훨씬 무거운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는 소하, 태수, 유민, 보현이라는 네 명의 아이가 등장한다. 각자 다른 이유로 삶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던 아이들은 ‘자몽살구클럽’이라는 비밀 모임에서 만난다.이들에게는 한 가지 규칙이 있다.죽음을 선택하기 전에 20일의 시간을 두는 것이다.그 20일 동안 아이들은 서로를 지켜보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살아갈 이유를 찾아보려 한다. 얼핏 보면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다시 삶으로 돌아오.. 2026. 8. 19.
요즘 읽을 만한 소설, "우리를 미치게 하는 건 타인이 아니라 나일지도 모른다"_아멜리 노통브의 『오후 네시』 『오후 네시』, 우리 안의 베르나르댕씨를 마주하다 ▍ 침묵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 최근 인간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라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가까운 사람인데도 대화가 통하지 않을 때, 우리는 보통 그 사람을 이상하다고 규정하고 넘어간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쪽은 상대가 아니라, 그 침묵을 견디지 못하는 나 자신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멜리 노통브의 『오후 네시』(원제: Les Catilinaires, 1997)는 바로 이 불편한 질문을 정면으로 던지는 소설이다. 은퇴 후 조용한 시골집에서 완벽한 노년을 계획했던 부부에게, 매일 오후 네 시마다 찾아와 두 시간씩 말없이 앉아 있다 가는 이웃이 생긴다면 어떨까. 이 짧고 기묘한 설정 하나로, 노통브는 인간관계와 자아에 관한.. 2026. 8.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