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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 서평] 유발 하라리 《넥서스》 1편 | AI 책에서 왜 종교와 성경을 이야기할까?

by 책읽는국어쌤🤗 2026. 7. 6.

유발 하라리 넥서스 표지 넥서스 읽기 넥서스 서평

 

유발 하라리의《넥서스(NEXUS)》를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인공지능(AI)과 정보 네트워크가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지 다루는 대작이다.

하지만 책을 펼치고 초반부를 읽어 내려가며 가장 먼저 들었던 의문이 하나 있었다.

"AI와 최첨단 기술을 다루는 책에서 왜 유대교, 기독교, 성경 이야기가 계속 나올까?"

 

처음에는 '내가 혹시 종교 역사책을 잘못 집어 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하라리가 진짜 던지고 싶었던 질문은 단순한 종교적 역사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그가 우리에게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다.

 

"인간은 과연 무엇으로 서로 연결되고, 거대한 사회를 움직여 왔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인류가 가진 아주 독특한 특성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된다.

바로 인간은 객관적인 사실보다 '이야기(Story)'를 더 강력하게 믿는 존재라는 점이다.

 

1. 인간은 사실보다 '이야기'를 믿는다: 상호주관적 현실의 힘

 

인간은 단독으로는 다른 대형 맹수들보다 약한 존재이다.

하지만 수천 명, 수백만 명, 나아가 수억 명이 서로 연결되어 협력할 때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물리적으로 일면식도 없는 수많은 개인이 어떻게 하나의 목적을 위해 일체감 있게 움직일 수 있었을까?

 

하라리는 그 해답이 바로 '공통의 이야기'에 있다고 말한다.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상상하고, 그 상상을 바탕으로 만든 이야기를 서로 공유하며 믿는 능력이 있다.

유발 하라리는 이를 '상호주관적 현실(Inter-subjective Reality)'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 돈(화폐): 우리가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는 지폐는 종이 조각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 종이는 1만 원의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를 공통으로 믿기 때문에 강력한 가치를 갖는다.
  • 국가(State): 눈앞에 보이는 땅과 산, 강은 자연물일 뿐이다.
    거기에 '대한민국' 또는 '미국'이라는 국경과 주권의 개념을 부여하고 모두가 믿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국가라는 거대한 집단이 유지된다.

  • 종교와 기업: 수많은 사람이 하나의 사상이나 브랜드 가치라는 이야기를 믿음으로써 형성된 거대한 공동체이다.

이처럼 객관적 사실(Physical Reality)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함께 믿는 공통의 이야기(Story)가 구축되면 그것이 곧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지배하게 된다.

 

2. 문서와 정보, 그리고 권력의 탄생

그렇다면 하라리는 왜 하필 '종교'와 '성경'의 역사에 주목했을까?

여기서 매우 흥미로운 포인트는 바로 '문서(Text)'의 등장이다.

 

과거 말로만 전해지던 수많은 이야기가 성경이나 고대 경전처럼

문자로 기록되어 문서화되면서 인류 사회에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1. 공동체의 공고화: 문자로 기록된 텍스트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동일한 내용을 수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를 중심으로 확고한 집단 정체성이 형성되었다.

  2. 해석 권력의 발생: 동일한 텍스트가 존재하더라도, 그것을 "누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양식이 완벽하게 달라졌다.

  3. 정보의 독점과 권력: 고대와 중세 사회에서 이 문서와 정통 해석권을 독점한 계층(사제, 지식인)은 사회 전체를 통제하는 절대적인 권력을 쥐게 되었다.

결국 하라리가 종교의 역사를 지목한 이유는,

정보가 네트워크화되고 문서로 통제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권력이 탄생하고 인류 사회가 조종당해 왔는지

그 메커니즘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3. 한국 문학에서 찾은 공감대: 이강백의 희곡 《파수꾼》

《넥서스》의 이 대목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이강백 작가의 대표 희곡 《파수꾼》이 떠올랐다.

 

희곡 《파수꾼》의 무대가 되는 마을에는 양철 벽 너머에 언제 침범할지 모르는 '이리 떼'가 있다는 공포가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리 떼는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단상 위의 촌장이 만들어 낸 가상의 '이야기'였을 뿐이다.

 

마을 사람들은 직접 이리 떼를 확인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촌장이 유포한 거짓 이야기와 공포를 진실로 믿었다.

그 결과 마을 사람들은 촌장의 통제에 순응하며 자신의 자유를 스스로 반납했다.

 

즉, 마을을 지배하고 사람들의 행동을 결정지은 것은 '이리 떼가 존재하는가'라는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이리 떼가 나타났다'라는 가공된 이야기였다.

《넥서스》에서 유발 하라리가 경고하는 네트워크와 정보의 권력화 역시 이 희곡의 메커니즘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4. 21세기,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AI라는 연금술사

책을 끝까지 읽고 나니, 하라리가 왜 그토록 긴 분량을 할애하여 종교와 역사 속 이야기의 힘을 강조했는지

비로소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성경과 경전이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권력을 창출하는 '이야기'의 중심이었다.

중세 시대의 사제들과 통치자들은 문자화된 정보를 독점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는 어떨까?

이제 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유포하는 주체가 인간에서 알고리즘, 인터넷, 그리고 인공지능(AI)으로 이동하고 있다.

 

AI는 단순히 데이터를 계산하는 기계가 아니다. 인간이 수천 년 동안 쌓아 올린 언어와 문화를 학습하여,

인간보다 더 그럴듯하고 설득력 있는 '새로운 이야기'를 스스로 창조할 수 있는 최초의 비인간 주체이다.

 

만약 우리가 AI가 만들어내는 상호주관적 현실과 왜곡된 정보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과거 촌장의 거짓 이야기에 속아 넘어갔던 《파수꾼》의 마을 사람들처럼 AI가 만들어낸 거대한 스토리에

둘리게 될지도 모른다.

 

💡 1편을 마치며: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통찰이다

《넥서스》 1편을 읽으며 깨달은 핵심은 명확하다.

"인간은 객관적 사실 위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 약속하고 공유하는 '이야기의 네트워크' 위에서 살아간다."

 

하라리는 단순히 AI 기술의 발전 속도나 편리함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기술이라는 가면을 쓰고 찾아올 '새로운 형태의 정보 권력'을 직시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정보가 문자로 기록되고 네트워크로 퍼져나가는 순간,

그것은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수단을 넘어 세상을 움직이는 강력한 권력으로 변모한다.

인류 역사는 바로 이 '정보의 권력화'가 가져온 거대한 파장과 비극을 수없이 증명해 왔다.

 

📌 다음 편 예고: 《넥서스》 읽기 2편

 

2편 : 정보는 어떻게 권력이 되었을까? (성경, 랍비, 교회, 그리고 마녀사냥까지)

 

다음 글에서는 성경과 경전이라는 정보가 어떻게 특정 계층의 권력이 되었는지, 그리고 오류를 바로잡지 못하는 정보 네트워크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마녀사냥'과 같은 광기를 만들어냈는지 본격적으로 파헤쳐 보고자 한다.

 

 

유발 하라리, 《넥서스》 읽기 2편 | 종교 전쟁과 마녀사냥이 보여준 정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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