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넥서스》 읽기 2편 | 종교 전쟁과 마녀사냥이 보여준 정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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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 《넥서스》 읽기 1편 | 인간은 왜 이야기를 믿는가? [넥서스 서평] 유발 하라리 《넥서스》 1편 | AI 책에서 왜 종교와 성경을 이야기할까?유발 하라리의《넥서스(NEXUS)》를 읽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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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의 《넥서스》를 읽다 보면 민주주의, 전제주의, 전체주의 등 정치학적 개념들이
대거 등장하는 단원을 마주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저 과거 정치 체제의 역사나 이념 갈등을 설명하는 서술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내려갈수록 하라리가 진짜 다루고자 하는 핵심은 단순한 정치가 아니라
'정보를 누가 독점하고, 어떤 네트워크 방식으로 유통하는가'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1. 정치가 아닌 정보의 문제: 민주주의는 왜 다양성을 지키는가?
흔히 민주주의를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제도'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하라리는 정보 이론의 관점에서 민주주의를 '자기 수정 능력을 갖춘 분산형 정보 네트워크'로 정의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다당제 등을 통해 수많은 견해와 비판이 끊임없이 교차한다.
즉, 민주주의의 강점은 완벽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류를 인지하고 교정할 수 있는 정보 구조에 있다.
2. 전제주의 vs 전체주의: 통제의 범위가 결정하는 차이
역사 속 독재나 왕정을 모두 묶어 전체주의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전제주의(Autocracy)와 전체주의(Totalitarianism)는 정보를 다루는 차원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 전제주의: 왕이나 황제, 소수 권력자가 정치적 주권과 국가 통치권만을 독점하는 체제다.
사생활이나 개인의 일상적인 신념까지 완벽하게 개입하지는 못한다. - 전체주의: 한 걸음 더 나아가 개인의 행동뿐 아니라 사상, 신념, 그리고 접하는 정보의 모든 영역을
완전히 통제하려는 체제다. 무엇을 진실로 믿어야 하는지까지 국가가 지정한다.
과거에는 기술적 한계 때문에 완벽한 전체주의를 구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정보 네트워크가 고도화되면서 중앙집권적 정보 통제가 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전체주의라는 기괴한 비극이 탄생했다.
3. 콜호스(집단농장)의 비극: 교정되지 않는 정보망의 파국
《넥서스》 3편에서 가장 인상적인 사례는 스탈린 체제 아래 단행된 소련의 농업 집단화 정책,
즉 콜호스(Kolkhozy) 이야기다.
수백 년 동안 경험과 실전을 바탕으로 땅을 일구어 온 농민들의 지식은 순식간에 무시되었다.
대신 당 중앙이 기획한 비현실적인 가이드라인과 생산 목표가 하향식으로 전달되었다.
결국 현실의 오류를 수정할 피드백 체계가 완전히 마비된 정보망은 수백만 명이 기근으로 사망하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
하라리는 콜호스를 통해 오류 교정 능력을 상실한 중앙집권적 정보 네트워크가 어떤 비극을 가져오는지 생생하게 증명한다.
4. 스탈린과 나치: 서로 다른 이념, 동일한 정보 장악 전략
스탈린의 극좌 공산주의와 히틀러의 극우 나치즘은 이념적으로 극단에 서 있었다. 하
지만 두 정권이 권력을 유지하고 대중을 통제했던 방식은 정확히 일치했다.
'정보의 흐름을 완벽히 통제하고 장악하는 것'이었다.
- 언론 및 교육 독점: 모든 출판물, 라디오 방송, 학교 교육 내용을 국가 검열하에
두어 단 하나의 공식 서사만 유통시켰다. - 대안적 정보 차단: 외부 정보나 반대파의 주장을 접하는 길을 차단하여,
대중이 국가가 제공하는 정보만을 '유일한 진실'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 가공된 진실의 창조: 진실은 더 이상 객관적 사실에 기반하지 않고,
권력이 정한 교리와 목적에 따라 새로 쓰여졌다.
마녀사냥에서 누군가를 '마녀'로 규정했듯, 스탈린 체제에서는 '반혁명분자', 나치 체제에서는 '유대인과 열등인자'라는
라벨을 붙였다. 중요한 것은 실제 사실 여부가 아니라 권력이 그렇게 정의했고, 통제된 정보망을 통해 대중이 이를 진실로 믿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5. 한국 문학과 현실의 접점: 외부 피드백이 차단된 사회
이러한 전체주의적 정보 독점은 한국의 희곡 작품이나 현대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메커니즘이다.
앞서 언급한 이강백의 《파수꾼》 역시 촌장이 정보망을 독점하여 '이리 떼'라는 가상의 위협을 지속해서 생산해 낸다.
외부와의 소통이나 사실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마을 사람들은 촌장의 거짓을 유일한 현실로 받아들인다.
오류를 지적하는 목소리를 '공공의 적'이나 '불순분자'로 몰아세우는 사회 구조는, 네트워크의 자기 수정 기능을 마비시켜 결국 시스템 전체를 몰락으로 이끈다.
6. AI 시대, 새로운 전체주의의 위험성
유발 하라리가 스탈린과 나치의 역사를 다시 꺼내든 이유는 명확하다.
오늘날 인공지능과 거대 IT 기업, 그리고 빅데이터가 결합하면서 과거 전체주의 국가조차 꿈꾸지 못했던 수준의
'완벽한 정보 통제망'이 구축될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뉴스, 영상, 정보의 대부분을 알고리즘이 간택해 주는 대로 소비하고 있다.
- 필터 버블(Filter Bubble): 알고리즘은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정보만을 지속적으로 제공하여
스스로의 오류를 깨닫지 못하게 만든다. - 알고리즘 권력: 무엇이 중요한 정보이고 무엇이 가짜 정보인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거대 플랫폼 기업과 AI 알고리즘의 손에 넘어가고 있다.
만약 AI 알고리즘이 편향된 정보를 진실로 포장하여 계속 주입하거나,
특정 권력과 결합해 대중의 사상까지 유도하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디지털 전체주의 시스템에 갇히게 될 수 있다.
핵심은 얼마나 많은 기술과 정보를 가졌느냐가 아니다.
"지금 나에게 전달되는 이 정보를 결정하고 해석하는 주체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되묻고,
정보 네트워크의 자기 수정 기능을 지켜내는 비판적 사고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 3편을 마치며
《넥서스》 3편은 정치 체제의 차이가 결국 '정보 네트워크가 오류를 스스로 바로잡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자기 수정이 불가능한 정보 독점은 스탈린과 나치라는 참혹한 역사를 낳았다.
기술이 극도로 발전한 21세기, 우리가 AI가 제공하는 편의성에만 안주하여 비판적 검증을 포기한다면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체주의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 다음 편 예고: 《넥서스》 읽기 4편
다음 4편에서는 AI와 알고리즘이 실제로 현실 세계의 폭력과 집단학살을 어떻게 부추겼는지 살펴본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수익 모델과 알고리즘 편향이 초래한 로힝야족 비극을 통해,
디지털 정보 네트워크가 가져온 섬뜩한 현실을 파헤쳐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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