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넥서스》 읽기 1편 | 인간은 왜 이야기를 믿는가?
[넥서스 서평] 유발 하라리 《넥서스》 1편 | AI 책에서 왜 종교와 성경을 이야기할까?
유발 하라리의《넥서스(NEXUS)》를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인공지능(AI)과 정보 네트워크가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지 다루는 대작이다. 하지만 책을 펼치고 초반부를 읽어 내려가며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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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편에서는 인간이 '이야기'라는 공유된 환상을 통해 어떻게 거대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지 다루었다.
인간은 사실보다 이야기를 믿는 존재이며, 이 상호주관적 현실이 곧 인류 문명의 기초가 되었다.
그렇다면 같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공동체는 언제나 평화롭고 안정적일까?
안타깝게도 역사는 전혀 다른 답을 보여준다.
유발 하라리는 《넥서스》 2편을 통해 정보가 단순한 소통 도구를 넘어
세상을 지배하는 강력한 권력으로 변모할 때 발생했던 비극적 사건들, 즉 '종교전쟁'과 '마녀사냥'의 본질을 파헤친다.
1. 같은 문서, 다른 해석: 정보 독점과 해석 권력
성경은 단 하나의 텍스트였다.
그러나 똑같은 성경을 두고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가톨릭과 개신교, 수많은 교파는 자신의 해석만이 정통이자 절대적 진리라고 믿었고,
상대방의 해석은 배교이자 이단으로 규정했다.
여기서 하라리가 주목하는 핵심 메커니즘은 '문서를 해석하는 주체가 누구인가'이다.
결국 권력은 정보 그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의미를 정의하고 규정할 수 있는 권한"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 종교전쟁은 단순한 신앙의 싸움이었을까?
과거 역사를 돌이켜볼 때, 종교전쟁은 순수한 신앙심이나 영적인 구원을 둘러싼 충돌로 보이기 쉽다.
하지만 하라리의 관점은 다르다. 종교전쟁의 본질은 정보 네트워크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권력 투쟁이었다.
같은 신을 모시고 같은 성경을 읽음에도 불구하고,
구원 방식이나 교리에 대한 작은 해석 차이가 16-17세기 유럽을 피로 물들인 30년 전쟁과 같은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졌다.
자신의 해석만이 옳다고 절대화하는 태도는 상대방을 설득의 대상이 아닌 '소멸시켜야 할 악'으로 재정의한다.
즉, 인간을 하나로 묶어주던 정보의 네트워크가 해석 권력의 독점과 만나면서
오히려 인류를 사분오열시키고 참혹한 전쟁을 정당화하는 통제 도구로 전락했던 것이다.
3. 마녀사냥: 정보 통제와 공포정치가 만든 비극
마녀사냥 역시 단순한 과거 농경 사회의 무지와 미신이 낳은 헤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다.
하라리는 마녀사냥의 이면에 체계적인 '정보 시스템과 문서의 오용'이 있었음을 지적한다.
당시 교회가 발행한 《마녀의 망치》와 같은 지침서는 마녀를 식별하고 고문하며 처형하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했다.
성경 구절과 신학적 논리가 교묘하게 결합된 이 문서들은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죄인으로 몰아세우는
완벽한 정당성을 제공했다.
- 사회적 배제와 통제: 이단 심판과 마녀사냥은 지배층이 자신들의 기득권과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집단적 공포를 조성했던 정교한 정보 관리 기법이었다. - 자기교정 메커니즘의 부재: 당시 정보 네트워크는 외부의 이의 제기나 반론을 허용하지 않았다.
오류를 수정할 수 없는 피드백 시스템은 거대한 집단 광기를 진실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결국 문제는 성경이라는 문서 자체가 아니었다.
그 문서를 오류가 전혀 없는 절대적 진리로 봉인하고,
이에 의문을 제기하는 다른 시각을 철저히 차단했던 단쇄적 정보 체계의 폐해였다.
4. 한국 문학과의 접점: 진실을 독점한 자들의 폭력
이러한 역사적 맥락은 1편에서 다루었던 이강백의 희곡 《파수꾼》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희곡 속 촌장은 '이리 떼'라는 가상의 위협 정보를 홀로 독점하고 해석하며 마을의 질서를 지배한다.
마을 사람 중 누군가가 "이리 떼는 없고 흰 구름뿐이다"라는 진실을 말하려 할 때,
촌장은 그것이 마을의 안전과 질서를 해치는 위험한 사상이라고 매도한다.
이는 중세 시대 성경의 정통 해석에 도전하는 학자나 여성들을 '이단'과 '마녀'로 몰아 처형했던 역
사적 메커니즘과 정확히 일치한다.
진실이 무엇인가보다 '누가 진실이라고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가'가
한 사회의 생사와 자유를 결정짓는다는 점을 두 작품 모두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5. 21세기 마녀사냥과 AI: 우리의 해석 권력은 어디로 가는가?
하라리가 종교전쟁과 마녀사냥의 역사를 깊이 있게 들추어낸 진짜 이유는 과거를 비판하기 위함이 아니다.
바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1세기 디지털 문명과 AI 시대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사제와 랍비, 교회가 문서를 독점하고 세상의 의미를 해석해 주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현대인은 누구에게 세상을 해석하는 권한을 위임하고 있는가?
우리는 매일 아침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뉴스를 읽고, SNS의 편향된 피드를 소비하며,
복잡한 질문에 대한 답을 생성형 AI에게 묻는다.
체계적인 검증 없이 AI가 내놓은 요약과 답변을 '절대적 진실'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과거 성경의 해석에만 의존했던 중세 대중과 다를 바 없는 상태가 된다.
만약 알고리즘이 특정 편향을 갖고 정보를 재가공하거나, AI가 환각현상으로 만들어낸 가짜 뉴스를
사회 전체가 진실로 믿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디지털 공간에서의 집단 린치와 마녀사냥, 극단적인 진영 갈등은 과거 종교전쟁의 모습과 매우 닮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정보를 누가, 어떤 목적과 메커니즘으로 해석하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는 비판적 사고력이다.
💡 2편을 마치며
《넥서스》 2편이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단호하다.
정보 그 자체가 지혜는 아니다.
오류를 수정하지 못하고 특정 세력에게 독점된 정보 해석 권력은 언제든 사람들을 배척하고 통제하는 잔혹한 도구로
변할 수 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기술의 편리함에 빠져 스스로의 비판적 해석 능력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다음 편 예고: 《넥서스》 읽기 3편
다음 3편에서는 정보 네트워크가 정치 체제와 결합했을 때 발생하는 거대한 차이를 탐구해 보고자 한다.
자기 수정이 가능한 민주주의의 정보망과, 스탈린의 집단농장(콜호스) 및 나치 정권처럼 오류를 은폐하며
수백만 명을 비극으로 몰아넣은 전체주의 정보 시스템의 차이를 하라리의 시각으로 파헤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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