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왜 '진짜'가 되고 싶을까?
- 성해나 『혼모노』, 「길티 클럽 : 호랑이 만지기」
"진짜"라는 말은 생각보다 자주 사용한다.
진짜 친구, 진짜 사랑, 진짜 실력.
우리는 늘 진짜를 찾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진짜'를 판단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는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 진짜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끝까지 자신의 모습을 지키는 것이 진짜일 수도 있다.
성해나의 소설집 **『혼모노』**는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한다.
'진짜는 누가 결정하는가?'
이 질문은 소설집에 실린 일곱 편의 이야기를 하나로 이어 주는 가장 중요한 주제처럼 느껴졌다.

✍️ 작가 소개 | 성해나
성해나는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젊은 소설가다.
첫 소설집 『빛을 걸으면 빛』, 장편소설 『두고 온 여름』을 발표했으며,
2024년 소설집 **『혼모노』**로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과 젊은작가상을 받았다.
이어 2025년에는 「길티 클럽 : 호랑이 만지기」로 다시 한 번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성해나의 소설은 선과 악을 쉽게 구분하지 않는다.
대신 평범한 사람들이 관계 속에서 흔들리는 마음과, 우리가 믿어 온 '진짜'의 의미를 섬세하게 질문하는 작품들이 많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 길티 클럽 : 호랑이 만지기」
┃ 줄거리
첫 번째 작품의 화자는 영화감독 김곤의 오랜 팬이다.
하지만 김곤이 아역 배우를 학대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사람들은 감독을 비난하고, 그의 작품까지 외면하기 시작한다.
화자는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감독의 행동은 분명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었던 작품까지 모두 부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쉽게 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화자는 김곤의 팬들이 모이는 '길티 클럽'에 참석한다.
그곳에는 영화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모두 감독의 작품을 이야기하고, 장면을 분석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
하지만 화자는 그 분위기 속에서 편안하지 않다.
모두가 맛있게 마시는 신맛 강한 벨기에 맥주 '듀체스 드 부르고뉴'도
자신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은 척 한 모금, 또 한 모금을 마신다.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은 같지만, 어딘가 그들 사이에 완전히 속하지 못한 기분.
그 어색함은 이후 태국 여행에서 경험하는 '호랑이 만지기' 장면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화자와 친구 길우는 태국의 타이거 킹덤을 찾는다.
그곳에서는 실제 호랑이를 만질 수 있다. 하지만 아무렇게나 만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등과 꼬리는 만져도 되지만 상체는 절대 만지면 안 된다.
뒤에서 접근해야 하고, 뛰거나 큰 소리를 내서도 안 된다.
사육사의 지시를 따라야만 잠시 호랑이 곁에 설 수 있다.
평범한 관광 체험처럼 보이는 이 장면은, 사실 작품 전체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다.
┃ 해석
❝ 왜 하필 '호랑이 만지기'였을까? ❞
처음에는 제목이 낯설었다.
왜 하필 호랑이일까.
읽고 난 뒤 내가 떠올린 것은 '위험하지만 모두가 하니까 나도 하게 되는 마음'이었다.
호랑이는 위험한 동물이라는 것을 누구나 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우리 안으로 들어간다.
앞사람도 사진을 찍었고,
옆 사람도 웃고 있고,
사육사가 괜찮다고 말하니 '나도 괜찮겠지.'라는 마음이 생긴다.
위험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험을 잊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 장면이 김곤 감독을 둘러싼 팬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고 느꼈다.
처음에는 작품이 좋아서 모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사람들도 계속 좋아하니까 나도 괜찮겠지.'라는 마음이 생긴다.
집단 안에 있으면 개인의 판단보다 집단의 분위기를 먼저 따라가게 된다.
결국 화자가 만진 것은 호랑이가 아니라 집단이 만들어 낸 안전감이 아니었을까.
┃ 듀체스 드 부르고뉴가 의미하는 것
맥주 장면도 인상 깊었다.
화자는 그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계속 마신다.
왜일까.
나는 그 장면이 취향보다 소속감이 중요해지는 순간을 보여 준다고 생각했다.
좋아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척하고,
잘 몰라도 아는 척하며,
분위기에 맞추려고 애쓰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호랑이를 만지는 일도,
맥주를 마시는 일도,
결국은 같은 마음에서 시작된 것은 아닐까.
'나만 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보일 것 같은 마음.'
┃ 규칙이 있다고 정말 안전할까?
타이거 킹덤에는 여러 규칙이 있었다.
상체는 만지지 말 것.
뒤에서 접근할 것.
뛰지 말 것.
사람들은 그 규칙을 지키면 안전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아무리 규칙을 만들어도 호랑이는 끝내 호랑이다.
팬들도 마찬가지다.
'길티 클럽'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 선을 정하고 규칙을 만들지만, 그것이 불편한 감정과 죄책감까지 없애 주지는 못한다.
성해나는 우리에게 묻는 것 같았다.
❝ 우리는 정말 스스로 판단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모두가 하는 선택을 따라가고 있는 걸까? ❞
┃ 내 생각
『길티 클럽 : 호랑이 만지기』는 팬덤을 이야기하는 소설이 아니었다.
나에게는 사람이 얼마나 쉽게 집단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지를 보여 주는 이야기였다.
생각해 보면 우리도 비슷한 순간을 자주 만난다.
유행하는 것이라서,
다른 사람들도 하니까,
나만 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아서 선택하는 일들.
그 안에서 정말 내 생각은 어디까지였을까.
성해나는 호랑이를 통해 그 질문을 던진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손을 뻗는 마음.
그리고 모두가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위험을 잊어버리는 마음.
책을 덮고 나니 내가 지금까지 만져 왔던 '호랑이'는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다음 이야기인 「스무드」에서는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사람을 바라보는 우리의 편견'을 통해 또 다른 '진짜'의 의미를 보여 준다.
❝당신도 열사예요, 우리처럼요❞_《혼모노》_「스무드」 해석,줄거리②_성해나
❝당신도 열사예요, 우리처럼요❞_《혼모노》_「스무드」 해석,줄거리②_성해나
왜 하필 호랑이였을까? 속 기묘한 '호랑이 만지기'의 정체_《혼모노》 해석,줄거리①_성해나 속 기묘한 '호랑이 만지기'의 정체_《혼모노》 해석,줄거리①_성" data-og-description="▍ 우리는 왜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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